[이달의 시]문인수 시인 '쉬'

관리자 | 2023.07.31 16:17 | 조회 982


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이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이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하실까 봐 “아버지, 쉬, 쉬이, 아이쿠 아이쿠, 시원하시겄다아”

농하듯 어리광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누였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가 그렇게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땅에 붙들어 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ㅡㅡ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 시집 『 쉬! 』 (문학동네, 2006)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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