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8-31] 부산시민의 건강문제 2 - 동원복지관과 혜명의원의 사례

백양산인 | 2013.09.02 16:12 | 조회 28673



 

 

 

   지난번 공공의료기관 탐방 때 다음에 써야지 하고 미뤄놓았던 꼭지가 있다. 공공의료기관은 아니되 주민의 건강지키기에 공공적 기여를 크게 하고 있는 기관들의 이야기다. 8월 23일 나는 부산의료원 방문에 이어 바로 북구 금곡동의 <동원복지관>을 방문했었다. 거기서 만난 분들이 바로 금곡건강지킴이단 단원들. 4년 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다는 단원들은 보건소와 복지관의 지원을 바탕으로 절주캠페인과 심뇌혈관 질환자 자조모임 운영, 걷기운동 전개 등 다양한 일들을 벌이고 있었다.

 

   이런 주민주도의 건강증진 활동은 영구임대와 장기임대 아파트가 6,000세대 이상 입주해 있는 금곡동의 특성상 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공공의료사업의 결함을 훌륭하게 메꾸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주민 활동은 단지 내 동원복지관이 적극 뒷받침해주고 있는데, 복지관이 10년 전부터 진행해온 주민자치대학을 통해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배출한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는 주민들조차도 이 지역에 기초생활수급자와 의료보호대상자가 많은 실정을 감안해서 부산시가 지역 공공의료와 주민자활사업에 보다 많은 예산과 제도적 지원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털어놓았다. 분산을 시키든지, 이렇게 모아놨으면 뭔가 특별한 대책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극히 정당한 요구였다. 또한 문화적, 정신적 만족감을 높이는 사업도 주민 건강증진을 위해 절대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경청할 가치가 충분한 이야기였다.

 

   8월 28일 방문한 매축지마을의 <혜명의원>은 5,000여명 주민이 사는 이 동네의 유일한 병원이다. 주민들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100명이라니 무려 20%가 넘는 비율이다. 그 나머지도 대부분 장년층들이니 이 마을은 대표적 건강취약지역이아닐 수 없다. 6.25전쟁 이후 이 마을의 본격적 형성과 함께 열었을 법한 이 낡은 병원의 의사는 50대 후반의 황수범원장. 1998년 선배가 운영하던 병원을 물려받았다는 황원장은 원래 소아과 전공이었으나 이 병원을 운영하면서 가정의로 바꾸어 일하고 있다. 동네의 모든 병을 1차 검진해야 하는 입장이니 당연한 선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2층에 병원 진료실, 3층에는 물리치료센터가 자리잡고 있었다. 내 어머니도 그렇지만 노인들은 대부분 관절염 등 통증질환을 많이 갖고 있으니 이 동네 의원으로서는 꼭 필요한 시설이라 생각되었다.

 

   본인도 2급장애인이면서 병원을 찾은 걷기 어려운 동네 할머니들을 자신의 마티즈승용차로 댁까지 모셔다드리기도 한다는 그는 분명 특이한 의사이다. 그래서 주민들의 추천에 의해 국무총리상까지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선심은 때로 관계기관에 의해 불법적인 ‘환자유치활동’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고. 뿐만 아니라 그에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환자당 평균내원일수 과다에 대한 경고장도 날아와 있었다. 평균보다 조금 더 높은 내원일수는 이 가난한 노인마을의 유일한 의원으로서는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건강열악지역의 병원에는 이런 문제를 갖고 시비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인센티브를 줘서 병원을 계속 운영할 동기를 갖게 하는 것이 온당한 정책이 아닐까 싶었다. 혜명의원을 보며 나는 7년전 방문했던 쿠바의 마을병원을 떠올렸고 마을마다 이런 병원이나 보건지소들이 하나씩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꿈을 꿔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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