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8-26] 부산의 마을살리기와 산복도로 르네상스

백양산인 | 2013.08.27 10:21 | 조회 28176

 

 

 



   금주의 주제는 ‘마을살리기’이다. 마을살리기는 다수의 대규모 재개발사업들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벽에 부딪혀 있는 현실 때문에 그 대안으로서 전국적 조명을 받고 있는 과제이다. 이는 박원순시장의 서울시정 역점사업이기도 해서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사실 서울보다는 지방도시들에서 더욱 절박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부산은 6.25전쟁 당시 피란민의 유입 등으로 비정상적으로 급팽창하여 구도심이 온통 산동네 투성이인 특수한 도시 형성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 구도심의 열악한 주거지역들은 지형적 특성상, 그리고 이제 주민들의 다수가 경제능력이 거의 없는 고령 인구가 됨으로써 기존의 전면재개발 아파트건설 방식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는 심지어 부동산경기가 좋아서 온 나라가 재개발붐에 휩싸였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런 지역일수록 지역공동체를 유지하며 주민들의 주거환경과 여타 삶의 질을 개선해가는 마을살리기 방식이 더욱 유효하고 절실하다 할 것이다. 한편 입지 조건이 좀 나아서 개발붐에 편승하여 재건축조합을 설립했던 지역들 다수가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마을만 망가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지역들도 재건축사업 해체의 출구를 마련하고 나서 역시 마을살리기 방식의 대안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마침 부산에는 지난 5월 ‘부산광역시마을만들기지원센터’가 설립되었다. 그래서 먼저 광안동의 주택가 깊숙한 골목에 자리잡은 센터 사무실을 방문하여 부산의 전반적 사업 현황을 청취했다. 센터장인 김동호박사는 마을살리기사업의 선도지역인 충북에서 오래 활동하고 수원, 마산의 마을살리기 마스터플랜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전문가인데 오태석사업팀장, 권진휘지원팀장들과 함께 1시간여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좀더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마을 현장 방문 때문에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었다.

 

   오늘 가본 마을은 부산마을살리기의 대표적 모델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동구 초량동의 ‘산복도로 르네상스’사업 현장이었다. 수년 전부터 이 지역에 상주하며 지역운동을 하고 있는 구영기선생의 안내를 받을 수 있어 감사했다. 부산역 건너편 옛 백제병원 자리와 남선창고터에서부터 출발하여 초량이바구길 표지가 붙은 골목의 부산 역사와 인물 전시들을 구경하였다. 아 이랬구나, 이분도 옛날 초량에서 자라거나 일했구나 하는 사실들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전시들이어서 우리집 아이를 데리고 다시 한 번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복도로커뮤니티 건물을 거쳐 윗동네로 가기 위해 168계단을 오르는데 힘이 들어 이 동네 주민 다수를 이루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행히 계단 중간에 김민부전망대가 있어 전망좋은 노천카페에서 음료수로 목을 축이며 쉴 수 있었다. 김민부는 가곡 ‘기다리는 마음’의 작사자인데 이 동네 부산고 재학당시 시조로 등단한 시인이자 부산지역 방송-문화계의 일꾼이었다. 다시 오른 계단 끝에는 역시 전망대를 가진 이바구공작소가 있는데 월요일이 휴관이라 내부를 구경할 수는 없었다. 일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좀 떨어진 게스트하우스 ‘까고막’과 주민카페 ‘천지빼까리’였다. 이곳에서 지구위원장과 카페 운영을 맡고 있는 여성분을 만나 팥빙수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이 산동네는 어디에 앉으나 특급의 전망을 누릴 수 있는 기쁨이 있었다. 생활과 접근의 편의만 좀더 개선하면 이게 동네 미래의 큰 자산이 되리라 확신하며 산복도로를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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