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21부산일보-윤현주의 세상 속으로]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다음은?

관리자 | 2013.08.21 14:27 | 조회 5982

 

시험성적서 위조, 짝퉁부품, 담합, 공모, 수뢰, 상납, 브로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수사단이 지금까지 밝혀낸 원전비리 관련 키워드 목록이다. 사법처리된 사람의 면면도 화려하다. 한국전력 부사장, 한국수력원자력 전 사장, 협력업체 사장, 대기업 상무,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전 여당 부대변인 등. 이명박(MB)정권 실세도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비리로 쌓아 올린 바벨탑' 같은 원자력발전소가 대형사고를 일으키지 않고 작동되고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나라 원전은 정말 안전한 걸까. 원전 관계자들은 원전 사고의 확률이 100만분의 1이니 하면서 안전성을 강조하지만 세계는 이미 참사를 경험한 터.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전 세계 원전 442기 중 지금까지 6기가 터졌다. 5등급 이상 사고 발생 확률이 1.36%인 셈. 탈핵운동을 벌이고 있는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는
동영상 강의(유튜브 '킴스 탈핵 강의'를 쳐 보시라)에서 국내에 가동 중인 23기 원전의 치명적 사고 발생 확률이 27%나 된다고 주장한다. 다소 과장된 계산법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원전 안전신화가 이미 무너졌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초유의 원전비리로 안전에 대한 불신 증폭
고리1호기 폐로 등 원전정책 변화 있어야

김 교수의 강의 중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원전 사고에 대한 분석이다. 결론은 원전 개수가 많은 나라 순서대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 세계 1위의 원전 보유국(104기)인
미국에서 1979년 제일 먼저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가 났으며 두 번째로 원전이 많았던 구 소련(당시 66기)에서 체르노빌(1984년) 사고가 터졌다. 3위인 프랑스(58기)를 건너 뛰어 4위인 일본(54기)에서 2011년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났다. 원전 보유 31개국 중 한국은 5번째로 원전이 많은 나라. 김 교수는 원전 사고는 확률게임이라며, 다음 차례는 프랑스 아니면 한국이라는 불길한 예상을 하고 있다. 원전 노후 정도와 사고도 비례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세계 각국은 탈핵(脫核) 행렬에 나서고 있다. 스위스·독일·이탈리아·벨기에가 핵발전소의 점진적 완전 중단을 결정했고 중국·프랑스·대만 등도 원전 감축 내지 신규
건설 중단을 선언했다. 일본은 54기 중 단 2기만 가동 중이다. 이 거대한 탈핵 물결에 역류하고 있는 대표적 국가가 바로 한국. 이명박 정부 때 수립된 '2010년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에는 총 40기의 원전을 가동해 현재 전기 공급량의 30%인 원전 비율을 59%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MB정권은 꿋꿋하게 원전 드라이브 정책을 강행했으며 박근혜정부도 지금까지 정책 변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원전비리가 불거지면서 불안감 증폭과 더불어 원전 정책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마침 어제 부산에서 ㈔인본사회연구소 주최로 '고리1호기 폐로가 지역경제를 살린다'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 김해창(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의 발제 내용이 흥미를 끌었다. 김 교수는 국내 원전을 순차적으로 폐로(閉爐)하는 절차에 들어가되 설계수명(30년)을 넘긴 채 가동 중인 고리1호기부터 당장 폐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폐로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성공한 독일 그라이프스발트 원전 사례를 들어 고리1호기를 폐로하는 대신 기장지역을 폐로산업 및 신재생에너지산업 선도지역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 원전 1기의 해체 비용만 6천33억 원(산자부 최근 고시)이나 되고 신재생에너지가 세계적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김 교수의 주장에 공감 가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MB정부가
수출 명목으로 무모하게 추진한 '원전 르네상스 정책'과 이로 인한 원전 안전성 훼손 문제에 대해 국민적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다. 원전에서 멀리 떨어진 수도권 사람들에겐 먼 나라 얘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원전을 옆구리에 끼고 사는 부산·울산사람들에게 탈핵의 공론화는 생존과 직결되는 화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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