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재적소(適材適所)인가 적소적재(適所適材)인가?

관리자 | 2013.01.23 14:51 | 조회 14204

인재를 먼저 봐야 하나, 자리를 먼저 고려해야 하나

‘적재적소’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쓴다는 뜻이다. 그 말을 뒤집어 ‘적소적재’라는 단어로 바꿔보면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 내면에 유의미한 변환이 발생한다.

적재적소는 인재를 우선하고 자리를 정하는 행위이다. 정무직 고위공직자의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 최고의 ‘인재’일 수 있다. 특히 임기 말 레임덕을 방지하고 친정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이번 감사원장 후보자 자진사퇴 사건은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하는 청와대 참모를 감사원장이라는 ‘자리’에 임명하는 것이 어떤 혼란을 가져올지에 대해 문제의식이 자체가 흐려진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다. 자리보다 자신에게 알맞다고 생각한 인재를 먼저 생각한 결과이다.

그러나 적소적재의 입장을 취하고 상황을 판단하면 다른 결과에 이르게 된다. 감사원장은 헌법 제97조와 감사원법 제20조의 규정에 따라 국가의 세입ㆍ세출의 결산을 검사하고, 국가기관과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를 상시 검사ㆍ감독하여 그 집행에 적정을 기하며 행정기관의 사무와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하여 행정운영의 개선ㆍ향상을 도모하는 기관의 장이다. 정부의 어떤 자리보다 독립성을 요구하는 감사원장에 청와대 참모출신 인재를 기용한 것은 여당 내부에서 조차 우려가 컸던 사안이었고, 결국 여당 최고위원회 전원 의견으로 사퇴를 종용하게 된 것이다.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의 자진사퇴의 교훈

필자는 지난 2007년 말에 국가청렴위원회에서 의뢰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기준 확립방안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다. 9개 영역 175개 인사검증기준 항목을 대상으로 현재와 미래의 고위공직자 도덕성 검증기준에 대한 연구를 실시한 것이다. 당시 연구결과에서도 ‘변호사 시절 수임료를 과다하게 받은 전력(전문직업 22항)’, ‘판․검사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하여 전관예우를 받은 전력(전문직업 24항)’ 등은 현재는 약하게 적용될 수 있으나 미래에는 현재보다 상대적으로 강화되어야 하는 항목으로 조사된 바 있다. 여기에 더해서 대통령이 2010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집권후반기 국정기조이자 이념으로 ‘공정사회’를 주창한 마당에 거액의 전관예우 전력을 대수롭지 않은 사안으로 해석하는 것은 언행불일치로 비춰지기 충분하다.

시기후보자낙마 사유
2008. 2남주홍 통일부장관부동산 투기, 자녀 이중국적 문제
박은경 환경부장관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이춘호 여성부장관부동산 투기, 재산축소 신고
2009. 7천성관 검찰총장스폰서 파문, 위장전입, 청문회 거짓 증언
2010. 8이재훈 지경부장관쪽방촌 투기, 재산축소 신고
신재민 문체부장관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김태호 국무총리박연차 게이트 연루, 청문회 거짓 증언
2011. 1정동기 감사원장거액 전관예우, 감사원 독립성 논란

<이명박 정부 청문회 대상 고위공직자 낙마 사례>

월 1억 원 수입의 전관예우를 받는 것 즈음이야 대통령의 시각에서는 큰 흠결이 아닐 수 있겠으나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특히 감사원장이라는 ‘자리’를 생각하고 거기에 알맞은 인재를 찾았다면 청와대 민정수석을 차출해서 앉힐 알맞은 자리는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2011년 새해 시작과 맞물려 감사원장 내정자가 청문회 검증 절차도 거치지 못하고 13일 만에 자진사퇴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인사가 만사다.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말처럼 모든 일의 근본이 되는 것은 사람이다. 최근에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의 영역까지도 고위직을 꿈꾸는 사람들은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두 가지로 정리된다. 먼저 능력 있는 인재를 찾는 것도 쉽지 않거니와 능력 있는 인재라 할지라도 알맞은 자리에 배치되는지 검증을 해야 한다. 자리라는 것은 외연적으로는 동일해보이지만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기에 인사는 더욱 어려운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동일한 통일부장관이라는 자리도 참여정부와 이명박정부에서 각각 행할 역할이 다르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정기조뿐만 아니라 조직의 상황과 정치환경에 따라서 관리형 수장이 필요할 때가 있고, 개혁형 기관장이 요구될 때가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적재적소’의 인사원칙은 ‘적소적재’로 고쳐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국회에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정무직 고위공직자의 경우 현재 대통령의 도덕성 검증 기준보다 국민들의 것이 더욱 날카롭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인사행위에는 현실을 담아내는 적소적재의 예술적 감각이 필요하다. 고위직 인사는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예술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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