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프레임에 포획당한 ‘무상급식’

관리자 | 2013.01.23 14:47 | 조회 6628
지방자치 선거까지 이제 한 달이 남았다. 지난 2006년 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완패했던 야권에게 이번 지방자치 선거는 설욕의 기회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50%를 넘나드는 상황이지만 정치권 안팎에서 예상하는 전반적인 판세는 지난 선거에 비해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닌 듯하고 야권의 약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열세이긴 하지만 해볼만하다는 분위기가 확산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한명숙 전 총리가 법원으로부터 무죄선고를 받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면서 그러한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었었다.

그런데 천안함 사고는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고 지방선거는 대중의 관심 사항에서 멀어져 겨우 흔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듯하다. 더구나 야권의 선거 이슈는 매스컴의 조명 밖으로 밀려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날린 회심의 일격이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야권은 스스로가 궁지에 몰리고 있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허둥대는 형상이다.

한나라당 조전형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전교조 및 교총 소속의 교사 명단을 공개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 및 한나라당이 구사한 고도의 선거 전술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이 결국은 야권이 유권자에게 가장 자신 있게 제시한 정책으로서, 이번 지방선거 판세에 폭발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무상급식’ 이슈를 포획해버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은 초중고생에 대한 ‘전면 무상급식 시행’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있었고 이는 유권자에게 긍정적으로 먹히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무상급식’ 이슈는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추진했던 정책으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반대와 한나라당 일색인 경기도 교육위원회의 예산 삭감으로 무산되면서 사회적 쟁점이 되었었다. 한나라당은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에게만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선별적 무상급식‘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야권은 이를 반인권적이라 공격하면서 ‘전면적 무상급식’ 시행을 주장해왔다. 여론은 시간이 갈수록 야권이 주장하는 ‘전면적 무상급식’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이번 지방자치 선거는 교육감과 교육위원을 선출하는 교육자치 선거와 동시에 실시되기 때문에 교육관련 정책의 중요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각 정당들의 선거전략 또한 이와 연계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지방자치와 교육자치 선거의 쟁점들은 서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고 전반적 선거 판세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교육 비리의 몸통으로 구속되면서 한나라당은 교육감 선거에서 불리한 출발선에 있었고, 야권은 광역단체장 후보부터 교육감후보까지 ‘전면적 무상급식 시행’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한나라당을 압박하였다. 이를 만회하기 위하여 한나라당은 ‘전면적 무상급식’을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몰아세우는 한편 전교조의 좌편향을 공격하면서 반격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한나라당의 전략은 ‘무상급식’이라는 쟁점에 가려져 있었고 야권의 선거전략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조전형의원의 홈페이지로부터 시작된 전교조 교사의 ‘명단공개’는 한나라당의 열세를 일거에 반전시키는 회오리가 되고 있다. 조전형의원은 서울 남부 지방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전교조 교사의 명단을 공개했고 전교조는 당연히 이에 반발하여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이 과정에 자연스럽게 전교조가 쟁점의 중심으로 올라와버렸다. 그리고 어느새 ‘무상급식’은 자취를 감추었다. 한나라당의 전술프레임에 ‘무상급식’이 포획돼버렸고 야권이 선점했던 이슈가 한나라당의 이슈로 대체되어버렸다. 이제 ‘무상급식’은 보이지 않고 전교조 의 좌편향과 법원의 좌편향 판결에 저항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용맹만이 대중에 시야에 들어오게 되었다. 한나라당의 기막힌 전술구사와 야권의 어처구니없는 무능이 대비되는 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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